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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에게 경영진은, 고객이기도 하다일상 속 PO 2024. 7. 20. 15:28
대표님도 고객이었다.제가 다녔던 첫 회사는 학원이었고, 창업 한달 째에 운영 최고 책임자를 맡기로 하고 입사했었습니다. 이 회사(학원)를 다니면서 핵심 목표는 ‘시스템으로 지속가능한 서비스 만들기’였습니다. 프랜차이즈 회사가 아니라 그 어떤 시스템도 없었습니다. 회사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강사’라는 서비스 핵심 인력을 채용해야 했는데요. 강사는 서비스 지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강사에 따라 서비스 퀄러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일정 수준까지 퀄러티를 균일하게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그 시스템을 만들려는 시도는 매번 실패했습니다.
왜냐하면 지속가능한 실행을 막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학원 업종에서 시스템이란 간단합니다. 커리큘럼입니다. 커리큘럼이 곧 서비스이고, 계획이고, 전략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입사했을 때, 학원에 커리큘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5개월 후 월 매출이 2천만원이 되는 사업이 될 때까지도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었습니다. 오늘 출근해도 무엇을 해야할지 계획이 없는 불확실한 날들이 계속 됐습니다.
5개월 동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었는데요. 원래는 사업의 메인이자 원장이신 대표님께서 계획을 짜셔야 하는데요. 왜냐하면, 저는 강사가 아니고, 학원의 정체성은 원장님이 결정짓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부 사정상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야 했었는데요. 예를 들어, 원장님께서 하신 업무 기록들을 바탕으로 계획을 짜서 원장님 승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승인 받은 다음 날에 바로 그 계획은 깨졌습니다.
당시엔 참 아이러니하게도 승인하신 분께서 바로 다음날 깨버리는 게 여러번이니, 저로서는 많은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니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을 해야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표님이 승인하신 게 만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키시지 않는 것이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말로는 ok하시고, 행동으로 거부를 하신 것이죠. 그래서 문제 해결 조건에 ‘대표님의 마음에 드는 방안일 것‘을 추가 했습니다. 대표님은 자신만의 교육 방식에 프라이드가 강하고, 본인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신만의 브랜드를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봤습니다. 지속가능한, 브랜딩, 문서화(공유위함) 등등 …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하는 방법은 자체 교재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교재는 브랜드를 녹이면서도, 제작 완성이 계획 완성을 의미합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소위 '목차'라는 계획이 포함되어있고, 내용은 저희 내부에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형물이기에 지속 가능성을 담보합니다.
이 솔루션을 진행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디자인 회사가 아니고, 당시에 코로나 때문에 재무적으로 궁핍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디자인 외주를 맡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생애 처음으로 디자인이라는 것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대표님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동의를 받고 진행했습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당시 같이 일하셨던 분들의 많은 도움이 있어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3개월을 투자했고, 7권의 교재를 출판할 수 있었습니다.비즈니스 결과는 기대했던 것만큼 좋았습니다. 문서화되고 공유된 '유형'의 물건이 있으니 각 구성원들이 계획을 짜고, 준비하는데 들이는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1~2권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표님의 성함이 새겨져있는 책이 나오니 마음에 들어하셨고, 책에 기반해서 운영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회고해보면, 제일 중요했던 모멘텀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 원인을 잘 찾아낸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경영진도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었죠. 대표님도, 경영진도 기획자, PO에게 고객이었던 것입니다. 왜 지키지 않는지를 생각하는 것보다, 지키게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길을 새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게 업적을 하나 남긴, 케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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